글: 인사지원부 김청수 책임역
예금보험공사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특별시 장애인체육회와 협력하여 시각·청각 장애인 유도선수 7명을 채용해 유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예보에 입사한 후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선수들은 경기력이 향상되어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김동훈(시각, J2, -73kg) 선수는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김동훈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파리로 떠난 ‘패럴림픽 응원 원정기’를 소개한다.
©홍보실 김대원 인턴 제작(그림)
“김동훈 선수 패럴림픽 진출 확정입니다!” 서울시장애인유도협회의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도의 경우 IBSA(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International Blind Sports Federation) 세계랭킹 기준으로 8위 이내에 들어야 패럴림픽 출전이 가능한데, 예금보험공사 소속 김동훈(시각, J2, -73kg) 선수의 경우 랭킹이 10위권이어서 패럴림픽 개최 직전까지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출전이 늦게 결정된 만큼 응원계획 수립, 홍보영상 촬영준비, 지면광고·보도자료 배포 및 기고문 작성, 대한장애인체육회 면담 추진 등 준비할 게 많았다. 하지만 그를 파리에서 응원할 수만 있다면 야근이 대수랴. 그렇게 신두식 이사, 김청수 책임역, 배영기 영상홍보역으로 구성된 ‘패럴림픽 응원 원정단’은 파리로 향했다.
15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파리에서의 첫 일정은 ‘파라 팀코리아하우스’ 방문과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 면담이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파리 패럴림픽 준비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김동훈 선수의 지면 광고용 사진 제공을 비롯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지원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파리 현지에서 열리는 ‘파라 팀코리아 하우스’에도 예보를 초청해 주었다. 파라 팀 코리아하우스 행사장 ‘스포츠외교 라운지’에서 실시한 면담에서 신두식 이사는 예보의 장애인 유도팀 창단 경과와 성과를 소개하고, 장애인 선수 채용 및 지원을 지속할 예정임을 설명하였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전선주 참관단장도 예보의 장애인 스포츠 지원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향후에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서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로부터 ‘파라 팀 코리아 하우스’ 행사 취지 및 주요 전시 프로그램을 직접 안내 받고, 휠체어 레이싱 등 장애인 스포츠를 체험해 보았다. 행사장에는 프랑스인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람객들이 방문하여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위상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장애인 체육 홍보와 국제교류를 중심으로,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도시에서 한국 문화 전시 및 장애인체육 체험을 부대 운영
▶ 파리 시민 등 일반 참가자 대상의 오픈형 코리아하우스(1층)와 IPC 및 각국 장애인체육회 대상의 스포츠외교 라운지(지하 1층)로 구분 운영
파라 팀 코리아 하우스 소재 건물 외관
©대한장애인체육회
드디어 결전의 날! ‘김동훈 선수가 잠은 잘 잤는지, 음식은 입에 맞았는지…’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비장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은 예보의 권석진 책임역, 김경민 책임역, 지명환 책임역, 송상우 선임조사역이 글로벌 연수 중임에도 시간을 쪼개어 합류하여 더욱 든든하였다.
유도 경기가 열리는 Champ de Mars Arena는 크기와 웅장함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경기장 규모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매우 열정적이었다. 패럴림픽은 각국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지만, 동시에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관중들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열띤 경기를 펼친 선수들에게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 응원단은 우리뿐인 것 같아 김동훈 선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김동훈 선수에게도 필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16강 첫 경기 상대는 스페인의 IBANEZ BANON Sergio 선수(랭킹 6위)였다. 그는 김동훈 선수(랭킹 8위)보다 랭킹도 높았고, 이전에 김동훈 선수를 이긴 경험이 있어 더욱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김동훈 선수는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접전 끝에 절반으로 승리하며 값진 첫 승을 거두었다. “장하다, 김동훈!” 당초에는 1승만 해도 충분히 대견하고 만족스러울 거로 생각했지만, 사람인지라 메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BAREIKIS Osvaldas(리투아니아, 랭킹 4위) 선수는 강했다. 김동훈 선수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였지만, 장장 6분이 넘는 연장전 끝에 아쉽게 절반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위랭커와 대등한 접전을 펼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그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바로 패자부활전!
<경기 방식>
패럴림픽 유도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체력 소모가 심하고 대진운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격투 종목 특성상 실력 있는 선수의 초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한 패자부활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8강전에서 탈락한 4명의 선수가 패자부활전을 치른 후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2명이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한다. 이 2명과 준결승전의 패자 2명이 맞붙어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즉, 유도에서는 동메달 수상자가 2명(공동 3위)이며, 동메달 결정전 패자 2명이 공동 5위, 패자부활전 패자 2명이 공동 7위로 기록된다.
<연장전>
연장전은 golden score 룰을 적용하여 시간제한 없이 승부가 날 때까지 진행한다.
“김동훈 화이팅~~ 우와!!” CHANGS Shao-Hao(대만, 18위) 선수와의 승부는 응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났다. 김동훈 선수가 경기 시작 22초만에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둔 것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랭킹의 차이가 곧 실력 차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으며, 앞선 16강전을 승리한 그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 번만 더 이기면 동메달! 선수가 느끼는 중압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그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앞선 경기들에서 너무 체력을 많이 소모한 탓일까.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절반으로 패하고 말았다.
김동훈 잘했다! 고생했다! 자랑스럽다!
최종 순위 5위. 아쉬운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것은 그가 그동안 흘린 피·땀·눈물에 대한 감동과 경의였다. 예보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는 축제의 장에서 모두가 승리자였다.
예보는 앞으로도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김동훈 선수가 4년 뒤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금빛 업어치기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경기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