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해외재산회수TF 윤가하 차장, 예금보호정책부 한채령 인턴, 예금보호정책부 오혜진 인턴, 정보보호실 문지은 선임조사역, 준법경영실 조민서 주임, 인사지원부 신용제 팀장
전각 안에 봉안된 석불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법륜사 본존불
용인시 처인구 문수산에 위치한 법륜사는 상륜 큰스님이 1996년 서울 삼각산 승가사에서 정진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현몽하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5년에 지금의 용인시 처인구에 창건한 사찰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보전, 관음전, 조사전, 삼성각, 범종각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예금보험공사 6인이 찾아왔다. 저마다의 이유는 달랐지만, 하나같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삶의 깨우침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사지원부 신용제 팀장, 해외재산회수TF 윤가하 차장, 정보보호실 문지은 선임조사역, 준법경영실 조민서 주임, 예금보호정책부 오혜진·한채령 인턴이 그 주인공들이다.
회사가 아닌 호젓한 자연 속에서 가을 햇살을 만끽하는 그들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따르겠다는 자혜로움이 충만했다. 잠시 후 사찰 수련복으로 환복한 그들이 여여당에 모였다.
“최근에 대장내시경을 받았는데 식습관 때문인지 폴립을 3개나 제거하는 시술을 했어요. 대장에 채식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채식도 경험하며 비움을 실천하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조민서 주임. 이어서 윤가하 차장은 “제가 동물 친구들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그중에 달팽이도 있는데, 이제 수명을 다해가고 있어요. 저 나름대로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고, 달팽이도 생명이 있는 존재이니만큼 극락왕생을 빌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들 모두는 부처님의 자비를 온전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법륜사 템플스테이 진행자가 사찰과 사찰 예절, 그리고 절하는 법을 안내하자 그들의 눈빛이 빛났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몸에 배도록 동작을 따라 하며 집중했다.
여여당을 나와 본격적으로 사찰 탐방에 나섰다. 첫 번째 장소는 대웅전이었다. 법륜사 대웅전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건축물로, 일반 사찰과는 다른 아(亞)자 복개형 구조를 자랑한다.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면 그 물결이 겹겹이 퍼져 나가듯, 부처님의 진리도 그와 같이 무한히 퍼져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건축물이다.
진행자를 따라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자, ‘아~’ 하는 깊은 감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본존불에 압도된 것이다. 대웅전 본존불은 항마촉지인상의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53톤의 단일 익산 황등석으로 조성된 16척의 장육상이다. 이 본존불은 전각 안에 봉안된 석불 중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본존불을 먼저 모시고 난 후 대웅전을 건축한 이유도 그 크기와 위엄에서 비롯된다고 전해진다. 상상하지 못했던 크기의 본존불 앞에서 그들은 자연스레 더 겸손해짐을 느낀다. “이렇게 큰 석불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게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습니다.”라는 문지은 선임조사역이다.
대웅전을 나와 용수각 앞에 빙 둘러섰다. 용수각은 예로부터 영험한 샘물로 알려진 약수터로, 1996년 당시 상륜 큰스님이 꿈에서 본 바로 그 자리터이다. 물맛이 좋고 건강에 이롭다는 진행자의 말에 신용제 팀장이 가장 먼저 약수를 받아 마셨다. “정신이 번쩍 드네요. 마음속까지 시원해집니다.”
돌계단을 따라 사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삼성각으로 향했다. 푸른 기와와 살며시 내려앉은 늦가을 노을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삼성각에 들어가 한 명씩 기도를 올린다. 나와 가족, 동료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는 그들이다. 부디 소원성취하길.
법륜사 약수를 마시는 신용제 팀장
저녁공양을 체험하는 참가자들
오후 5시, 저녁공양 시간이 되었다. 절에서는 밥을 먹는 것도 수련이자 수행의 한 과정이다. 차례로 자신이 먹을 만큼만 덜어 공양을 시작했다. 평소라면 생각 없이 남겼을 반찬들도 남김없이 먹고, 식기도 직접 씻어 가지런히 놓아두었다. 비록 스님들과 함께하는 발우공양은 아니었지만, 사찰에서의 공양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절에서 돈가스를 먹게 될 줄은 몰랐어요. 콩고기로 만든 것 같은데, 정말 맛있었어요.”라는 윤가하 차장과 “엄청 맛있었어요. 삼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도 적당했고 재료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라는 한채령 인턴이다. 신용제 팀장은 설거지 체험까지 덤으로 하며 의미 있는 공양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법륜사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저녁예불에 앞서, 범종각에서 타종하기 위해 모였다. 타종은 어류중생의 해탈을 비는 목어, 조류중생의 해탈을 기도하는 운판, 땅에 사는 인간과 동물의 해탈을 기원하는 법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하세계 중생들의 해탈을 비는 범종 순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 여섯 명은 차례로 범종을 치고, 그 진한 울림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을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졌다. 깊은 울림이 사찰 안에 퍼지자 고요한 평화가 흐르는 듯했다.
“감동입니다. 눈물이 날 뻔했어요. 가족들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부모님도 떠오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울림이 있네요.” 신용제 팀장은 깊어진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저녁예불을 위해 대웅전으로 향했다. 익숙하지 않았지만 여섯 명은 스님을 따라 부처님께 예불을 올리며, 그 순간을 마음 깊이 새겼다.
타종 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참가자들
한 사람도 빠짐 없이 108배 수행을 마쳤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다시 여여당에 모여 108배와 자비명상 의식을 진행했다. 108배는 불교에서 108가지 번뇌를 없애기 위한 중요한 수행으로, 수행자들은 진심어린 기도와 참회를 통해 내면의 평화와 일체감을 얻는다. 사실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 참여 전부터 108배가 제일 걱정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가하 차장을 제외하고는 108배 경험이 없었다고 했다.
스님께서 108배의 의미를 말씀하시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내려놓고 나에게 집중하며 천천히 하나씩 해 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108배가 시작되었다. ‘내가 아는 모든 생명을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절합니다. 스스로를 낮추어 자신에게 있는 나쁜 성품을 다스리며 절합니다.… 지금 올린 108배가 모든 생명에게 지혜와 자유의 씨앗되기 바라며 절합니다.’ 40분가량의 시간이 흘렀을까, 108배를 마쳤다. 무릎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신용제 팀장도 끝끝내 108배를 마쳤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듯 108배도 1배만 하면 성공한다는 스님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
고요 속에 108배 수행을 이어가는 참가자들
108배 수행을 마치고 자비명상 중인 윤가하 차창과 한채령 인턴
“첫 절을 했을 때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점차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옆에서 후배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이 되었어요.”라고 신용제 팀장이 말했다. “108배는 움직이는 명상이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한 배 한 배마다 기도문을 곱씹으며 저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오혜진 인턴이 전했다.
108배를 마친 후 과거와 미래를 헤매는 마음을 이 순간의 나에게로 가져오는 자비명상 시간을 가졌다. 붓다볼의 따뜻한 울림이 여여당에 퍼지고, 여섯 명은 눈을 감고 스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늘 타인을 의식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처음으로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는 조민서 주임,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자비명상을 통해서 평범한 저를 만날 수 있었고 오히려 그것이 편안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라는 한채령 인턴의 명상 참여 소감이 이어졌다. 자비명상을 끝으로 오늘의 체험은 끝났다. 보통날 같았다면 한창 불금을 즐겼을 시간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충만한 자비와 평화를 안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새벽 4시 20분 스님들과 함께 예불을 올리는 참가자들
사찰의 하루는 속세보다 일찍 시작된다. 동이 트기도 전에, 새벽 4시에 여섯 명의 참가자들은 대웅전에 모여 스님들과 함께 부처님께 예불을 올렸다. 어제 저녁예 불과는 또 다른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예불을 마치고 나오니 어슴푸레한 어둠을 뚫고 서서히 오늘의 해가 떠오른다.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하루를 맞이하는 여섯 명의 마음에는 벅찬 감동이 차오른다. “인턴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이 경험을 살려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혜진 인턴이 일출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 꼭 이루어지길.
참가자들이 108배를 올렸던 여여당에 모였다. 따뜻하고 고요한 곳에서 몸과 마음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붓다볼 명상과 바디스캔 명상 시간을 가졌다. 어느새 자유롭게 이완된 몸과 마음에서 평화를 느낀 참가자들의 얼굴에 편안한 미소가 번졌다. 평상시라면 ‘아점’을 즐겼을 토요일이지만, 오늘은 이른 아침공양을 한다. 남김없이 감사의 마음으로 주어진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 인근 농촌테마파크로 산책을 나선 여섯 명.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적당히 차가운 아침 공기에 정신이 더욱 또렷해지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으는 그들이다. 산책을 마치고 다시 스님과 마주 앉아 속세의 번민을 이야기 나누는 차담 시간을 가졌다. 과거와 미래를 헤매는 내가 아닌, 온전한 나를 바라본다. 나를 만난다. 오늘 하루는 더 괜찮은 내가 될 것임을 기대하며 템플스테이를 마친다.
스님과 차담을 하며 깨우침을 얻고 있다